하이파이브 나누고 끝낸 남북…‘정선민호’ 여자농구 銅

입력 2023-10-05 18:57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동메달 결정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선민호’가 남북 재대결이 성사된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3·4위 결정전에서 30점차 완승을 거두며 프로 스포츠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남북 선수들은 지난 맞대결과 달리 경기 후 인사를 나누고 대회를 마쳤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농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북한을 93대 63으로 꺾고 최종 3위에 올랐다. 2014 인천 대회 정상에 올랐던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뤄 은메달을 땄다. 이번에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동메달로 대회를 마치며 재도약을 위한 희망을 남겼다.

박지수가 25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고, 김단비가 21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박지현은 10점 6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북한은 박진아와 노숙영이 각각 27점, 20점을 기록했으나 승패를 바꾸진 못했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동메달 결정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이번 대회 북한을 두 차례 상대해 모두 이기는 성과를 남겼다. 지난달 29일 조별리그에서는 81대 62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남북 재대결’이라는 부담을 이겨내고 이날도 승리를 챙겨 메달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다.

북한 정성심 감독은 지난 3일 중국과의 4강전에서 205㎝의 장신 센터 박진아를 단 1분도 투입하지 않았다. 아시아 농구 최강인 중국을 상대로 승산이 낮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휴식을 부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동메달 결정전에서 성사된 남북 ‘리턴 매치’는 박진아를 막는 게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진아는 첫 번째 남북 대결에서 29점 17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다행히 한국이 이날 2쿼터까지 40-33으로 앞서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센터 박지수가 전반에만 19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수를 주도했다. 북한은 2쿼터까지 박진아와 노숙영이 각각 10점씩을 올리며 한국을 추격했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북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박지수에 이어 베테랑 김단비가 해결사로 나섰다. 김단비는 3쿼터에만 3점슛 3방을 포함해 13점을 몰아치며 점수 차를 벌리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한국은 3쿼터까지 북한에 61-44로 크게 앞서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경기 후 남북 선수들은 일렬로 서서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조별리그 맞대결 때 북한 선수들은 별다른 인사 없이 코트를 떠났다. 정성심 감독은 코트에 남은 선수들에게 북한 응원단과 관중들에게도 인사하라는 손짓을 보내기도 했다.

항저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