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일면식도 없이 만난 이들이 범죄 조직까지 꾸려 대포통장을 200여개 만들고 보이스피싱조직에 팔아넘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 조직,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조직 85명을 검거하고 이중 총책 20대 A씨와 B씨 2명과 인출책 1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팔면서 통장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조직원 15명도 붙잡아 이 중 1명도 구속 송치했다.
A씨 등은 2022년 3월부터 9월까지 텔레그램 등에 광고를 올려 대포통장 명의자들을 물색하거나 다른 범죄조직으로부터 대포통장을 구매해 총 215개의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코인 자금 세탁, 고수익 보장’ 등의 광고를 올려 명의자들을 모집해, 통장 한 개에 50만원을 지급하고 대포통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대포통장은 택배나 고속버스 수화물을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포통장을 넘겨받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 101명에게 금융정보를 탈취할 수 있는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39억 3600만원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총책 A씨와 B씨는 이번 사건 전까지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각종 범죄를 모의하거나 과시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처음 만나 신상도, 얼굴도 모른 채 대화명으로 호칭하며 대포통장 유통 등 범행을 모의했다.
이들은 자신들끼리 총책·중간관리책·일반 조직원으로 위계를 나누고 범죄 수익 또한 지위에 따라 차등 분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사용되는 물건인 와이파이 에그, 통장, 유심, 휴대전화 등의 대포물건도 별도로 구입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범죄 진행 과정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단체방은 수시로 삭제했다. 실제 총책 A씨가 검거되자 나머지 조직원들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삭제하고 컴퓨터 하드웨어와 휴대전화를 폐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총책 검거 과정에서 현금 8364만 원을 압수하고 추가로 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범죄수익 9950만 원에 대한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경찰은 “임대차 보증금과 고가 외제차량 리스 보증금을 추징해 압수현금과 함께 현재까지 약 1억 2000만원 상당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며 “대포통장을 제공받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끝까지 추적해 가담자 전원을 검거하겠다”고 전했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