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회 CGV 대표 “극장 살아나야 K콘텐츠 원동력도 유지될 것”

입력 2023-10-05 17:48 수정 2023-10-05 18:18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극장가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허민회 CJ CGV 대표가 영화관 심폐소생술에 나서고 있다.

허 대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CGV의 구원투수로 지난 2020년 말 투입됐다. 현재는 극장의 위기 극복 전략인 ‘넥스트 CGV’를 들고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고 있는 5일 그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 마련된 하이 CGV(HIGH CGV) 부스를 찾았다. 이곳은 하이볼 바를 콘셉트로 한 이벤트 공간이다. 허 대표는 프로토 홀로그램 포토존 ‘자아도취 포토존’에서 3D로 재구성된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


부스 체험 후 국민일보와 만난 허 대표는 “왜 사람들이 극장에 오지 않을까”라며 말문을 열었다. 올해 한국 영화중 관객 수 500만명을 넘긴 작품은 ‘범죄도시3’, ‘밀수’에 불과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한 작품이 줄을 이었다. ‘명절 특수’도 더 이상 효과가 없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6일간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258만여명에 그쳤다. 지난해 추석 연휴 나흘간 집계된 관객 수(373만여명)보다 훨씬 적었다.

허 대표가 추진 중인 ‘넥스트 CGV’는 영화관 사업자인 CGV가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 사업자로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전략이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발길을 잡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CGV는 기존 영화관을 리모델링한 스포츠 클라이밍짐 ‘피커스’(PEAKERS)를 확장하고 있다. 허 대표는 “앞으로 영화 상영만으로 수익을 내는 건 어렵다.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극장에서 볼 수 있어야 하고 체험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장의 또 다른 위기는 차기 콘텐츠의 부재다. 허 대표는 “한국 영화는 제작이 원활하지 못하다. 극장이 수익을 못 내니까 투자가 안 되고, 제작에 제약이 생기니 극장에 걸 만한 작품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한국 감독들이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은 영화관 개봉이다. 영화관이 살아나지 않으면 한국 콘텐츠의 번성은 이제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부산=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