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6·7·8월에 이어 9월도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9월’ 대열에 합류했다. 이상기후 현상이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올해는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된다. 남미에서는 몬순(계절성 강우)의 예측이 불가해지며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까지 위협받는 등 기후 변화의 실존적 위협이 명확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의 보고서를 인용해 “9월 지구 온도는 이전 기록에서 0.5도 오르며 역대 최대 수준의 상승 폭을 보였다”며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약 1.8도 따뜻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후 과학자들조차 예측을 뛰어넘는 이상 기온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온도 상승을 뜻하는 엘니뇨 현상이 주원인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핀란드 기상연구소 연구원 미카 란타넨은 “기온이 어떻게 이렇게나 많이 오를 수 있는지 이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레딩대 기상학자 에드 호킨스 교수는 “올여름 더위는 이례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자연 파괴까지 더해지면서 남미는 이미 인류 생존을 위협할 만한 최대 환경 현안을 마주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는 남미의 몬순이 갑작스레 기후 균형이 깨지는 ‘티핑포인트’ 조짐을 보인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기상이변에 토지 개간, 최근 계속된 산불, 벌목까지 더해지며 남미의 기후 시스템이 차원이 다른 위기 단계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몬순 기간 강우량이 최대 30%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아마존 열대 우림은 스스로 수분을 유지할 수 없다.
이미 강우량 감소, 건기의 연장, 토양 수분 감소, 가뭄의 빈도·강도 증가 등 위기 전조 현상이 확인됐다. 지구 산소의 20%를 생성하는 아마존이 파괴되면 기후재난은 더 예측 불가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아마존뿐 아니라 라플라타강 유역까지 수천㎞에 걸친 남미 지역이 몬순의 영향권에 있다. 라플라타강은 하구 폭이 200㎞가 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강으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사이를 관통한다. 농경지는 물론 수많은 생물군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 권고’를 발표하고 기후 위기를 ‘정의의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가 붕괴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긴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