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대견스러워할 것”…‘양궁銅’ 오유현 울린 말

입력 2023-10-05 15:16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 획득에 앞장선 오유현(34·전북도청)이 5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자신의 은사인 박성현 전북도청 감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 획득에 앞장선 오유현(34·전북도청)이 ‘은사’ 박성현 전북도청 감독의 이름을 듣고선 눈물을 쏟아냈다.

오유현은 5일 시상식 이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4강전에서 패한 가운데 곧바로 재정비해서 동메달을 딸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아쉬움이 크지만, 무엇보다 값진 동메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진 사이에서 ‘박성현 감독님이 대견스러워할 것 같다. 한마디 해달라’는 말이 나오자 오유현은 울컥하고선 뒤돌아 한참을 울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오유현은 마음을 추스른 뒤 “금메달 꼭 목에 걸고 한국에 들어오겠다고 감독님과 약속했는데 못 지켰다”며 “응원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오유현은 5년 전 고질적인 어깨 부상으로 29세의 이른 나이에 은퇴의 갈림길에 섰다.

박성현 전북도청 양궁팀 감독. 전북도 제공

그런 오유현을 끝까지 붙잡아 제2의 양궁 인생을 열어준 사람이 박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1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5 뉴델리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 한국 양궁 최초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레전드’ 선수 출신이다.

박 감독은 리커브(recurve) 양궁 선수였던 오유현에게 컴파운드(compound) 양궁으로 전향을 권유했다.

컴파운드는 도르래와 확대경이 달린 활을 사용해 적은 힘으로도 시위를 당길 수 있다. 재능은 금메달급이지만, 어깨가 약점인 오유현에게 컴파운드는 좋은 대안이 됐다.

오유현은 변신 뒤 승승장구했다. 2021년 다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따내는 등 최고 수준의 컴파운드 궁사로 떠올랐다.

2022년에는 월드컵, 아시아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로 가는 궁사를 가리는 2023년도 국가대표 선발전과 평가전에서는 선두를 질주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오유현, 조수아, 소채원이 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 마련된 시상대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여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단체전 3연패에 도전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대만에 224-230으로 지면서 동메달전으로 밀려났다.

오유현은 낙심한 후배들을 향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잡아보자’며 기운을 북돋웠다고 한다.

한국은 3위 결정전에서 인도네시아를 232-229로 물리쳤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