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와 로봇이 성직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2023 국민미션포럼’에서다.
조성실 소망교회 목사(온라인사역실장)는 “현재의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성직자의 다양한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면서 “성직자에게는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 창의적 사고, 고도의 인간관계 능력, 섬세한 기술적 수행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업별 자동화 가능성을 분석하는 데이터베이스 ‘윌 로봇 테이크 마이 잡’(Will Robots Take My Job)을 언급한 조 목사는 “분석에 따르면 성직자의 작업이 로봇화될 확률은 겨우 0.1%이며 앞으로 20년 이내에 완전히 자동화될 확률은 11.3%에 불과하다”면서 “사회적 지각과 이해, 타인을 돌보고 지원하는 능력은 로봇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운 핵심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설교자에 대한 노출은 종교적 헌신을 약화한다’는 논문을 인용한 조 목사는 “사람들에게 로봇 승려와 인간 승려가 각각 설교할 때의 헌금 수익을 비교했더니 결과적으로 로봇 승려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인간 승려의 설교를 들은 사람보다 거의 50% 적은 헌금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250명 이상의 참가자에게 온라인으로 기독교 설교 내용을 제공하고 로봇과 인간 중 누가 작성했는지에 따른 신뢰성, 종교성, 호감도를 평가하게 했더니 로봇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설교에 대한 전반적 평가가 낮게 나왔다”고 했다.
조 목사는 “성직자의 역할은 단순히 기술적 수행을 넘어 인간의 문화 감정 윤리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요소를 포함한다”며 “인공지능 시대에 잃지 말아야 할 목회자의 덕목은 편리함을 따르지 않는 인내심, 종교적 헌신, 인간만이 가진 의지와 수용성 같은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발표에서는 ‘목회 비서’로서의 AI 로봇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조 목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폭넓게 다양한 목회를 감당할 수 있게 된다”며 “첫 번째 가장 먼저 예상되는 것은 행정 업무의 자동화”라고 말했다. 이 밖에 목회자의 업무 분배와 정신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관리,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돌봄 역량 확대,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서의 활용 등 목회 비서로서 활용 가능한 영역들이 소개됐다.
조 목사는 참석자들에게 AI 로봇 활용에 앞서 ‘예언자적 상상력’을 요청했다. 그는 “예언자적 상상력은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현상을 비판하고 그것들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라며 “목회자는 AI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를 대비하며 그 변화가 교회와 사회 그리고 소외된 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