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심과 포옹·셀카…졌지만 웃은 ‘매너金’ 우상혁 [포착]

입력 2023-10-05 05:08 수정 2023-10-05 10:02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에 성공하며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이 2m35를 넘어 금메달을 차지한 카타르 바르심과 경기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높이뛰기 결선에서 ‘현역 최고’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에게 금메달을 내준 우상혁(27·용인시청)은 특유의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끝까지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우상혁은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을 기록해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내내 밝은 표정을 보인 우상혁은 경쟁자 바르심이 2m35 1차 시도에서 성공해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도 미소를 띠었다.

경기 이후 바르심이 다가오자 우상혁은 환한 미소로 바르심과 포옹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은 서로 등을 토닥이기도 했다. 시상식에서도 우상혁은 바르심과 나란히 각자의 메달을 깨무는 퍼포먼스를 하고 함께 셀카도 찍었다. 그야말로 승패를 떠나 대회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을 넘으며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딴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을 넘으며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딴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혁은 경기 내내 경쾌했다. 2m23을 뛰기에 앞서 두 팔을 번쩍 들어 관객들의 응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m35 1차 시도에 이어 2m37에서 재차 실패해 은메달이 확정됐을 때도 우상혁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온라인에서는 “스포츠정신의 교과서”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우상혁이 긍정적 태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도쿄올림픽 높이뛰기 결선에서 최종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괜찮아”라고 소리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당시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현역 일병 신분이었던 그는 카메라를 향해 늠름하게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그에게는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이 붙었다.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상혁이 2m37 마지막 시기를 실패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에 성공하며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이 경기를 마치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혁은 이날 경기 이후 취재진을 만나 “바르심 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내 실력이 느는 것 같아서 너무 흥미롭다. 이렇게 재미있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면서 “어릴 때 바르심을 보면서 ‘내가 저 선수와 같이 뛸 수 있는 위치에 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시합 때마다 같은 높이에서 경쟁하고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바르심과 경쟁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 내 재능을 더 끌어내 주는 선수”라며 “오늘도 2m33까지 둘이 함께 모두 1차 시기에 넘으면서 경기가 재밌어졌다”고 했다. 이어 “아시안게임 결과는 아쉽지만 내년에는 파리올림픽이 있다”며 “파리올림픽에서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1위) 장마르코 탬베리, (아시안게임 1위) 바르심이 나를 무서워하게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바르심도 우상혁과의 승부를 즐겼다. 경기 뒤 바르심은 우상혁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소감에 대해 “재미있는 경기였다. 나도 정말 즐거웠다”고 화답했다. 그는 “개인 3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며 “일단 편하게 휴가를 즐기고 다음 시즌(파리올림픽)을 구상하겠다”고 덧붙였다.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을 넘으며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딴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을 넘으며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이 시상대에 올라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