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노선안 발표가 연말로 미뤄졌다. 연장 노선이 지나가는 김포시와 인천시의 의견 대립이 첨예해 추가 협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각 지자체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노선을 위해 중재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이 확정되면 사업성이 낮은 5호선 연장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협의 기간이 연말까지로 연장됐다. 대광위는 8월에 노선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김포시와 인천시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발표시기를 9·10월로 2차례 미뤘다. 김포시는 지난달 18일, 인천시는 지난달 31일 각각 희망노선안을 제출했으나 연장 노선은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최대한 김포시와 인천시의 합의 노선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새로운 노선 검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에 참여한 6명의 민간 전문가는 국토부에서 우선 선정한 후 각 지자체에 제척 사유를 확인해 선정됐다. 각 지자체를 대변하는 전문가가 아닌, 합리적 관점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전문가로 TF를 구성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전에는 각 지자체에서 추천 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TF에서 연장 노선 검토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각 전문가가 사실상 각 지자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김포시와 인천시가 모두 동의하는 연장 노선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포시와 인천시가 기대하는 노선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김포시는 인천 서구지역 2개 정거장을 지나는 노선을 희망하고 있다. ‘김포 골드라인 대란’ 등 출퇴근길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김포시와 서울을 잇는 직통 노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시는 서구지역 4개 정거장을 지나는 노선을 제시했다. 검단 신도시 인구 유입에 맞춰 노선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복해 연장되는 합의 기간에 노선 연장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GTX-D 노선이 김포~검단~계양 등 5호선 연장 노선과 비슷한 지역을 지나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인천공항과 김포에서 각각 시작해 부천종합운동장에서 Y자로 만나 강남까지 가는 노선을 시원하게 뽑겠다”며 Y자 모양의 GTX-D 노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인천국제공항 철도네트워크 확정방안 연구용역’에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GTX-D 노선의 비용 대비 편익(B/C)은 1.18로 기준치인 1을 넘어선다. 반면 5호선 연장노선의 B/C는 0.8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에 GTX-D 최종 노선이 발표되면 5호선 연장의 타당성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연장 노선을 확정해야 하는 법정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김포시와 인천시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으면 무기한 합의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연말까지 연장 노선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 이후로 노선안 확정이 미뤄지면서 연장 자체가 백지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국토부는 각 지자체가 제시한 노선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김포시와 인천시의 의견을 반영해 연내 연장 노선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완전히 새로운 안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별도의 안을 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