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보조 보장하라” 발달장애인 청구…1심 기각, 이유는

입력 2023-10-05 00:03

발달장애인들이 공직선거에서 투표 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부산지법 민사9부(부장판사 신형철)는 4일 오후 2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인력 지원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기각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각·신체 장애로 인해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에 한해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스스로 기표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걸음걸이나 시력 등에 문제가 없을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보조인이 투표소 입장을 거부당하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당시 부산 지역 발달장애인들이 투표소에서 투표 보조 요구를 거부당했다면서 발달장애인 3명을 원고로 하는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외부 투표 보조인을 허용하지 않은 행위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이 법률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투표 보조인의 허용 여부는 원고들의 상태를 반드시 현장에서 파악해야 한다. 원고들에게 무조건적인 편의를 제공해야 할 의무나 대한민국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주문 내용은 기각이지만 원고들이 주장하는 법리나 청구에 관한 기본적인 법리에 관한 내용은 상당히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며 투표 보조인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동의를 표했다.

함세상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이 같은 판결이 나온 후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임과 의무”라며 “발달장애인의 장애를 이유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이며 법 위반 행위”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들의 소송대리인단은 공직선거법이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오히려 침해하도록 해석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