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세종시에 머무르는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잦은 서울 출장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 국·과장급 공무원이 주로 금요일에 불필요한 출장 건수를 만들어 서울로 올라가는 일이 많다는 내용의 내부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간부들을 향해 ‘출장을 잘 조절하라’는 취지의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내부 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국장님은 언제 세종 오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어떤 날은 장·차관 보고, 어떤 날은 국회, 비는 날은 회의 급조”라며 “국장님이 꼼꼼하게 서울 가는 일정을 만드시니 언제 만나서 업무 방향을 논의하고 결정 받느냐”고 지적했다.
이 작성자는 “이런 와중에 어떻게 신속하게 업무를 추진하고 일을 배우라는 것이냐”라며 “국장님도 사람이니 윗분들 근처에서 눈에 띄고 싶고 집 근처에 계시고 싶겠지만 참 해도 너무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직원은 “상사가 없는 이른바 ‘무두절’이 좋기는 하지만 임의로 회의를 급조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과 과천에 있던 정부 부처들이 세종으로 내려오면서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은 피할수 없는 숙명이 됐다. 실제로 각종 회의가 정부서울청사 등에서 자주 열리고, 대통령실이나 국회를 방문해야 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안 시즌이나 국정 감사를 앞둔 시점에는 기재부 일부 부서 직원들이 일주일에 3회 이상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서울 출장을 앞세워 상습적으로 조기 퇴근을 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다는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다. 조정이 가능한 서울 출장 업무를 금요일로 미루면 해당 공무원은 굳이 세종에 다시 내려오지 않고 주말까지 서울에 머물 수 있다. 이에 주말을 앞두고 서울로 돌아가는 김에 의미 없는 출장을 잡는 국·과장급의 사례가 지나치게 많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꼼수 출장을 제외해도 간부급 직원들의 서울 출장이 잦다보니 일부 직원들은 아쉬움을 느낀다고 한다. 과장이나 국장급을 직접 대면해서 업무를 논의하거나, 일을 배울 기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내부 게시판에 “의지만 있다면 아랫 직원이 직접 서울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남겼다. 이에 “실무자는 세종서 해야할 일이 한 두개가 아니다” “왜 국장급 공무원의 근태 불량이 실무자의 업무 의지 부족으로 귀결되느냐”는 반박이 쏟아졌다.
최근 추 부총리는 금요일에 자주 내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재부 일각에선 이 회의가 일부 고위 공무원의 금요일 꼼수 출장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추 부총리는 최근 회의에서 정말 중요한 업무가 있으면 서울에 가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출장을 조정해서 세종에서 일을 하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모든 출장의 경중을 다 따지기는 힘든 노릇”이라며 “직원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면서 개선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