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집행한 투자가 전체 벤처캐피털(VC) 투자 전체에서 31%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독립법인 CVC보다 사내부서 CVC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민간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4일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VC투자는 14조30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17% 감소했다. 이 중 CVC 투자는 4조5000억원으로 2021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CVC를 자본 운용 주체에 따라 구분했다. 롯데벤처스·GS벤처스 등 기업이 투자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 ‘독립법인 CVC’. 네이버, D2SF, 현대자동차 제로원 등 사내에 투자 전담부서를 만든 곳은 ‘사내부서 CVC’. 외부 VC 펀드에 출자하는 ‘펀드출자 CVC’로 구분했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사내부서 CVC 투자는 전체 VC 투자에서 19%를 차지했다. 독립법인 CVC는 13%다.
올해 공시대상인 대기업집단 82개 그룹 중 CVC 투자 이력이 확인된 곳은 52개로 전체의 63%였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CVC를 소유할 수 없었지만, 2021년 말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스타트업에 투자가 가능케 됐다. 대기업 독립법인 CVC 36개 가운데 지난해 설립된 곳은 7개다.
보고서에서는 국내 CVC 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중견기업과 대기업 규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0조(일반지주회사의 제한적 CVC 보유 허용)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지분 100% 보유·부채비율 200% 제한, 펀드 외부자금 비중 40% 제한, 해외투자 한도 20% 제한 등 규제를 두고 있다. 이것이 중견기업 CVC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연구를 진행한 강신형 충남대 교수는 “재무적 목적의 독립법인 CVC를 전략적 목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모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운영과 병행하는 투자조합에 모태펀드 출자 등 인센티브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