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가격조정 알고리즘을 통해 1조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마존이 진행 중인 반독점법 관련 소송에서 이 같은 주장이 결정적 증거로 인정할 경우 반독점 소송 결과에도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미 워싱턴주 시애틀연방법원에 제출한 반독점 소송 소장에서 아마존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해왔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FTC는 아마존이 코드명 ‘프로젝트 네시(Nessie)’ 알고리즘을 이용해 2019년까지 10억달러(1조3600억원) 이상의 초과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FTC는 프로젝트 네시에 대해 “이 알고리즘은 경쟁사들의 가격 인상을 유도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조작해 특정 상품으로 유도해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FTC는 지난달 26일 아마존을 상대로 미 워싱턴주 시애틀연방법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에 대한 지속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아마존이 자산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며 기업 분할 수준의 초강력 제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는 아마존이 중개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플랫폼 독점력을 이용해 경쟁업체들의 가격을 인상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했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WSJ은 “미국 전자상거래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아마존이 이 알고리즘을 통해 온라인 시장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가격 상한선이 형성됐고, 그 결과 경쟁과 혁신, 소비자 선택을 감소시켜 소비자와 판매업자 모두의 이익을 해쳤다”고 전했다.
향후 법원이 이 알고리즘을 아마존의 독과점 폐해를 입증하는 결정적 근거로 인정할지 여부가 이번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WSJ은 “이 알고리즘은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이는 ‘가격은 판매업자들이 스스로 정한다’는 아마존의 기존 주장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아마존은 해당 알고리즘의 경우 “이미 몇 년 전에 폐기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마존 대변인은 “FTC의 주장은 이 알고리즘의 특성을 심각하게 잘못 파악하고 있다”면서 “가격 매칭으로 인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단순한 목적의 프로젝트였다”고 주장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