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한 달여 앞으로…“감사일기로 준비합시다”

입력 2023-10-04 15:29 수정 2023-10-04 17:09
지난달 17일 감사학교 수업에 참여한 한 참가자가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이의용 장로 제공.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건 없을까. 아름다운동행 감사학교 교장인 이의용(69) 고양 일산충신교회 장로는 ‘추수’보다 ‘감사’에 방점을 찍자고 제안한다.

추수감사절은 성경에 등장하는 절기는 아니다. 추수한 곡식을 봉납하는 중세 유럽 교회의 전통이 미국으로 건너가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굳어졌다. 한국에서는 11월 셋째 주 어간에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장로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 교인들이 찬 바람 몰아치는 초겨울에 슈퍼마켓에서 채소와 과일을 사다 강대상 옆에 쌓아놓고 드리는 추수감사절 예배는 어색한 면이 있다”면서 “추수감사절을 감사절로 바꿔 감사의 범위를 삶 전체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로가 감사하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감사일기 쓰기다. 그는 “추수감사절을 앞둔 한 달가량이 감사일기를 쓸 적기”라고 말했다. 일기를 통해 의례적인 행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감사절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감사일기 작성 방법은 간단하다. 삶에서 발생한 일들 가운데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이웃을 향한 감사, 내가 받은 감사와 내가 베푼 감사로 분류한다. 그 다음 ‘언제’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적고 이에 대한 감상을 쓰면 된다. ‘오늘 바쁜 상황 속에서 동료의 도움으로 어려운 업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내일은 동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쓰는 식이다.

아름다운동행감사학교 교장인 이의용 일산충신교회 장로. 국민일보DB

이 장로는 “일기는 잊어버린 것을 찾아내는 도구”라며 “매일 잠들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사색하면서 삶 속의 감사 거리를 찾아보라”고 권했다. 이어 “내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 베푼 것은 더 중요하다”면서 “누군가의 감사 일기장에 등장하는 삶이야말로 크리스천다운 삶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인들 사이에서 감사일기 쓰기는 조용히 퍼지고 있다.

2019년부터 1000일 넘게 감사일기를 써온 윤필교 서울 상암동교회 집사는 “감사일기를 쓰며 삶의 렌즈가 감사로 바뀌어서 매사를 감사의 시각으로 보게 됐다”며 “지인들과 대화 중에도 감사한 일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감사에 관심 있는 이들을 만나면 서로 격려하며 감사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윤 집사는 자신이 속한 크리스천 독서모임 ‘마중물’에서도 감사일기 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윤 집사는 “가능하다면 감사일기를 함께 쓰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 좋다”며 “서로의 감사일기에 대해 반응해주고 지지해주는 일은 감사일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감사를 더 풍성하게 한다”고 1000일 달성의 비결을 전했다.

아름다운동행감사학교에서 제작한 감사일기장. 영신교회는 지난 1일 전 교인에게 이 감사일기장을 나누어 줬다. 이의용 장로 제공

서울 강서구 영신교회(이진형 목사)는 지난 1일 전 교인에게 감사일기장을 배포했다. 아름다운동행 감사학교가 최근 제작한 감사일기장은 메모장 형태로 매일 ‘내가 받은 감사’와 ‘내가 베푼 감사’를 각각 한 장씩 쓰도록 구성됐다. 이진형 영신교회 목사는 “행사 중심의 감사를 벗어나 교회가 사회를 향해 감사를 베풀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두고 감사일기 쓰기 운동을 시작했다”며 “성숙한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추수감사절 이후에도 감사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