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쇼핑몰 총기 난사 사건 현장에서 한국인 여성 인터넷 방송 진행자(BJ)가 가까스로 탈출했다. 그 순간이 실시간 인터넷 방송으로 송출됐고,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건은 태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오후 6시30분)쯤 방콕의 유명 쇼핑몰 시암파라곤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14세 소년 용의자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시암파라곤은 유명 브랜드 의류매장, 아쿠아리움, 극장, 식당가를 둔 종합 쇼핑몰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10시 현재 파악된 사망자 2명은 모두 외국인이다. AP통신은 “중국인과 미얀마인이 1명씩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국내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BJ ‘바비지니’도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쇼핑몰 안에 있던 외국인 중 하나였다. 바비지니는 쇼핑몰 내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실시간 방송을 하며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총성을 들었다.
바비지니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며 소통하던 중 음료를 마시려다가 굉음과 비명을 듣고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쇼핑몰 밖으로 뛰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무슨 일인가” “총인가 봐”라고 외치며 전력으로 달렸다. 이 과정에서 태국인과 외국인 쇼핑객들이 달아나는 장면도 포착됐다.
바비지니는 쇼핑몰 밖으로 나가서도 한참을 달린 뒤 숨을 고르며 방송을 이어갔다. 그는 “너무 무섭다. 총소리를 들었을 때 ‘뭘까, 몰래카메라일까’ 했다가 직감적으로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모차를 거의 버리듯이 뛰는 모습까지 보고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났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바비지니의 방송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57분쯤 시작돼 밤 9시11분까지 이어졌다. 방송을 시작한 지 30여분 만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시청자들은 아프리카TV 게시판과 영상 댓글에 “총성을 듣고 곧바로 전력 질주한 바비지니의 판단이 현명했다” “시암파라곤은 한국인이 자주 찾는 곳이다.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며 바비지니의 탈출에 안도하고, 사망자를 애도했다.
바비지니는 4일 0시56분쯤 아프리카TV 게시판에 “춤을 가르치는 일로 초대를 받아 (방콕에) 왔다가 마지막 날에 다사다난했다. 총격 사건을 생방송으로 보여드려 유감이다. 아직도 심장이 뛰어 호텔에서 쉬고 있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