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16년 만에 최고치 급등…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입력 2023-10-04 07:19

미국 고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헌정 사상 첫 미국 연방 하원의장 해임 사태까지 더해지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81%를 돌파했다. 전 거래일 대비 0.13% 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4.5%를 뛰어넘은 뒤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이날 장중 4.95%까지 도달하며 동반 상승했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 모두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기물 국채금리가 치솟은 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탄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가 961만 건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월가 전망치(880만 건)보다 81만 건 많다. 민간기업 구인건수는 지난 4월 1032만 건에서 7월 892만 건까지 감소하다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인사들도 전날 연설에서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연준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등 긴축 장기화를 강조해 시장 불안을 부채질했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은 블룸버그TV에서 “연준이 금리를 7%까지 계속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급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시장 불안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키웠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인덱스는 이날 오전 107.35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29%),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1.37%), 나스닥 지수(-1.87%) 등은 일제히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특히 다우존스30 지수는 지난 3월 22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 사태가 금융 시장 불안을 더욱 키울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은 현재 45일짜리 임시예산안만 처리한 상태여서 하원 리더십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 급등 여파가 금융권 유동성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 금리 상승으로 자산 평가가치가 하락해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는 은행권 연쇄 파산 우려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채권 금리의 갑작스러운 급등이 은행권의 미실현 손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