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드릴 말 없다”…‘이재명 영수회담’ 또 거절

입력 2023-10-04 06:21 수정 2023-10-04 10:02
윤석열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생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이 없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민생 영수회담 제안을 수용하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많이 물어보셨고 답변도 했지만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와 재판 중인 이 대표와 일대일 회동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기류가 있는 만큼 사실상 만남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한다”며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 기간 나흘 가까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가 이날 거듭 ‘무응답’ 기조임을 밝힌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단식 후 회복을 위해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이해식 사무부총장으로부터 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대통령실에 영수회담 수용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민생 영수회담의 주인공은 이재명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도 아닌 국민”이라며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상식과 정의를 회복하자는데 뭐가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대개 대통령이 취임하고 늦어도 1년 이내에 (영수회담을) 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에 12개월 만에 홍준표 대표를 만났고, 이명박 대통령도 3개월 만에 손학규 대표를 만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일대일로 만나는 게 부적절하면 여야 대표를 다 해서 함께 보자든지 이런 제안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수정 제안을 하면 될 일인데 모욕주기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영수회담 제안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방탄 회담이다. 셀카 찍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는 할 필요도 없는 말이고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사과 한마디 없이 뜬금없이 민생 영수회담을 들고나온 것은 사실상 민생에 관심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 만남을 통해 정치 위상을 회복하려는 정략적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시각”이라며 여야 지도부 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이후 야당 지도부와 공식 회동한 적이 없다. 이 대표가 지난해 8월 당대표 취임 직후부터 수차례 영수회담을 요청했으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