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떠난 개미들, 이차전지 선호 여전… 하반기에도 뭉칫돈

입력 2023-10-04 06:00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주가 조정이 지속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부터 에코프로에 대한 개미들의 차익실현이 본격화된 가운데 올해 하반기 투자심리는 이차전지주 가운데 상승 여력이 남은 코스피 대형주로 옮겨붙은 양상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분기(7월 3일~9월 27일)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7조975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코스피에서만 7조5982억원 규모로 사들였고, 코스닥 종목은 3734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 기관·외국인 투자자금이 각각 5조7045억원, 2조2181억원 규모로 빠져나갔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종목은 주로 코스피에 집중됐다. 상반기 투자금이 주로 코스닥에 흘러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1분기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코스닥은 3조9797억원 규모로 사들이고, 코스피는 5조5359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2분기에도 코스닥은 3조9612억원 사들였지만 코스피는 4조4199억원 어치 팔아치웠다. 이는 올해만 7배 이상 폭등한 에코프로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7월 주당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로 군림했지만 이내 꺾이며 조정을 받았다. 개인 투자자들도 차익실현에 나섰다. 이들이 지난 3개월간 팔아치운 에코프로 주식만 1조8463억원 규모였다.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에서도 6127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에코프로 등 주요 이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투심 과열과 주가가 너무 높다는 인식이 퍼지며 흐름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장바구니 종목을 살펴보면 하반기 투심도 여전히 이차전지 테마에 머물러 있다. 7월 이후 지난달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종목은 6조1632억원을 투자한 POSCO홀딩스였다. 그 뒤는 LG화학(1조1035억원), LG에너지솔루션(6798억원), 삼성SDI(5611억원), 엘앤에프(5307억원), 포스코퓨처엠(4231억원), SK이노베이션(3907억원), LG전자(3719억원) 순이었다. 순매수 상위 1~8위가 모두 이차전지 관련주다.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유효한 상황에서 폭락 우려가 적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심이 모여든 것으로 풀이된다. POSCO홀딩스의 경우 올해만 93%가량 상승했지만, 아직 증권가에서 제시한 목표주가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평균 목표주가는 72만원 수준으로, 현재 주가(53만5000원)보다 30% 이상 높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에는 리튬 20만톤의 가치가 반영돼 있고 30년 목표가 42만톤 생산인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추가적으로 반영되면서 우상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도 미래 수익에 근거한 목표주가보다 낮은 주가 흐름을 보인다. 3분기 업황이 시장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이지만 4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에 대한 성장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다”며 “조정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보는 투자 전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