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대출’ 의혹 트럼프, 이번엔 뉴욕주 민사재판 출석…사업권 잃을 수도

입력 2023-10-03 17:5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사기대출 관련 민사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정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사기대출 관련 민사재판에 피고로 출석했다. 이번 민사재판은 그가 자산을 부풀려 실제 능력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았다는 것으로, 현재 2020년 대선 무마 의혹 등과 관련해 진행 중인 형사재판 4건과 별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판사를 향해 “정치 보복”이라며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AP·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재판 시작 전 기자들에게 “역사상 가장 거대한 마녀사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파란색 정장 차림에 성조기 핀을 꽂고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기소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에 대해 “사기” “정치적 보복” “끔찍한 사람” 등 발언을 쏟아냈다. 재판을 맡은 맨해튼 지방법원의 아서 엔고론 판사에게도 “당파적 민주당원”이라며 “자격을 박탈당해야 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제임스 법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은행 대출을 위해 ‘트럼프 그룹’을 이용, 10년 이상 뉴욕의 저택과 최고급 아파트, 빌딩, 영국과 뉴욕의 골프장 등 다수의 자산 가치를 22억 달러(약 3조원)가량 부풀려 보고했다며 지난해 9월 뉴욕주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제임스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자녀들이 뉴욕 기업들의 임원이나 이사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벌금 2억5000만 달러(약 3400억원)를 부과해 달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연간 재무제표가 추정치일 뿐이며 부동산 가치 평가는 주관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항변했다. 또 은행들은 피해자가 아니며 트럼프와의 거래로 돈을 벌었다고 주장했다.

정식 재판은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지만 재판부가 재판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기 혐의를 일부 인정한 탓에 그의 패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고론 판사는 지난달 26일 약식재판 결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지속해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와 트럼프 그룹의 뉴욕주 일부 사업 면허를 취소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독립적 감사를 명령했다. 로이터는 “명령이 어떻게 이행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들 자산을 잃게 되면 재정에 큰 타격이 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식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소할 경우 그와 트럼프 그룹이 뉴욕주에서 사업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내년 대선에서 선거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