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호’가 항저우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금메달을 향한 도전 여정을 멈췄다. 중국 만리장성을 만나 높이의 열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노메달’에 그치게 됐다.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17년 만이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농구 8강전에서 중국에 70대 84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5위로 마친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에도 한국은 8강에서 중국을 만나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한국은 이날 2쿼터까지 30-50, 20점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평균 193㎝의 한국보다 7㎝가 큰 중국(202㎝)의 벽에 막혀 이렇다 할 공격과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이미 전반에 벌어진 큰 점수 차를 3, 4쿼터에 뒤집기는 어려웠다. 라건아(14점)와 양홍석(13점)이 두 자릿수 득점을 했지만 승부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과거 한국 남자농구는 아시안게임에서 강호로 통했다. 1954 마닐라 대회부터 농구에 출전했고, 도하 대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4강에 올랐다. 그래서 ‘도하 참사’라는 말까지 생겨났었다. 안방에서 열린 2002 부산 대회, 2014 인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따 4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에선 조별리그부터 금메달을 향한 스텝이 꼬였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D조 2차전에서 ‘2진’을 앞세운 일본에 3점포 17방을 얻어맞고 졌다. 이 패배는 뼈아팠다. 한국은 조 2위가 됐고, 8강 직행이 좌절됐다. 추일승호는 전날 저녁 바레인과의 12강전 승리 후 14시간 만에 중국을 상대해야 했다.
한국은 4일부터 5~8위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추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목표 달성을 못해 죄송스럽다. 개인적으로도 치욕스러운 대회로 남을 것 같다”며 “농구를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열심히 해주고 있다.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으니 팬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전했다.
항저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