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숲’ 전농감리교회 70주년…환경 선교사 파송한다

입력 2023-10-02 08:00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감리교회가 오는 4일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감리교회(이광섭 목사)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해외로 환경 선교사를 파송한다. 선교지의 기후 위기에 대응해 교회가 걸어온 녹색교회의 여정을 해외로 확장한다는 각오다.

전농교회는 오는 8일 창립 70주년 기념 예배를 드린다. 이 자리에서는 ‘100년을 향해 행진하는 녹색교회’라는 이름으로 선교비전을 선포한다. 특히 70주년 기념 환경선교기금 헌금 1억원 조성과 내년 라오스 환경선교사 파송을 공식화한다.

교회의 70년을 돌아보고 100년을 향해 가기 위해 교회 1층 로비에서는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의 십자가’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6일 시작한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진다. 송병구 색동교회 목사가 30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모은 십자가 가운데 600점을 엄선해 전시했다. 이광섭 전농감리교회 목사는 “우리 교회의 70년은 2000년 교회역사와 500년 개신교 역사, 280년 감리교 역사, 140년 한국교회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며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긍휼을 고백하기 위해 십자가 전시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교회 곳곳에 적힌 ‘은총의 숲’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세상을 살리는 은총의 숲’은 전농교회가 추구하는 모토다. 교인 각자가 하나님께 받은 은총을 간직하고 서로 의지하며 숲을 이뤄간다는 뜻이 담겼다. 숲의 색인 ‘녹색’은 전농교회의 상징이다. 기후위기를 맞은 지구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청지기의 사명이 녹색에 담겼다.

전농감리교회 1층에서 진행중인 교회 설립 70주년 기념 세계 십자가전에서 이광섭 목사가 전시회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전농교회에서는 일회용품을 보기 어렵다. 이미 8년 전부터 종이컵 안 쓰기와 함께 텀블러 사용하기 운동을 벌였다. 교회 카페는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장소와 음료를 제공한다. 단 개인 텀블러를 가져와야만 음료 포장이 가능하다. 지구의 날(4월 22일)이나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이 되면 교인들이 환경 보호와 관련한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 목사는 “교회 이름을 걸고 전도가 아닌 환경 문제를 외치는 것이 주민들 보기에 신기한 모양”이라며 “긍정적인 반응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예수를 믿겠다고 교회로 찾아오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이밖에 4년째 진행 중인 만 보 걷기 운동을 통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과 강원도 문막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올해 세 번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교인 1명이 만 보를 걸을 때마다 교회에서 100원을 적립한다. 해마다 750만원 안팎이 모인다. 7억 5천만 걸음이 모인 결실이다. 이런 노력이 모여 교회는 2019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36회 환경주일연합예배에서 녹색교회로 선정됐다. 이 목사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녹색신앙운동은 하나님이 우리 시대에 주신 가장 중요한 선교의 본질”이라며 “최근 환경선교에 동참하고자 하는 교회와 기관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교회는 내년 라오스에 환경 선교사를 파송한다. 이 목사는 “학계에서 연평균 강수량 200㎖ 선을 주목한다. 이 지역이 기후재난에 취약한 지역이라는 뜻”이라며 “한국교회의 주요 선교대상 국가들이 이 지역에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그는 “라오스에 파송될 선교사는 지역의 쓰레기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기존 선교사들과 함께 동아시아 혹은 남아시아 선교 지형에 일정 부분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한편 전농교회는 1954년 10월 4일 제1대 배형식 목사의 집례로 창립 예배를 드렸다. 고 김선도 광림교회 원로 목사가 전도사 시절 1957년 제3대 담임자로 시무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2006년 제9대 담임으로 부임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