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증가세 가파르다…기업대출, 코로나19 이전보다 1.5배 이상↑

입력 2023-09-30 12:12
지난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에도 증가하는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기업 재무안정성 약화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시장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기관 기업대출(산업별대출금)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1842조8000억원으로 1년 전(1713조1000억원)보다 7.57%(129조7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3년 반 만에 1.5배 이상 늘었다.

기업대출 잔액은 2018년 말부터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말에는 1121조3000억원, 2019년 말 1207조8000억원, 2020년 말 1393조6000억원, 2021년 말 1580조7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사상 최대 수준인 1797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기업대출 증가율은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로 비교 가능한 국가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BIS 통계를 인용한 데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한국이 지난해 4분기 기준 119.6%로 2019년보다 18.3% 포인트 상승했다.

예산정책처는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기업의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재무안정성까지 악화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 부채비율은 2019년 말 84.27%, 2020년 말 85.75%, 2021년 말 86.43%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92.13%로 상승했다. 기업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94.95%까지 높아졌다가 2분기 90.85%로 다소 낮아졌지만 9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자금조달비용 상승, 주택경기 둔화 등에도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기업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높은 수준의 기업부채 비율 등 때문에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