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팀이 29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을 2대 0으로 꺾었다. 앞서 28일 준결승전에서 숙적 중국을 꺾으면서 금메달로 향하는 8부 능선을 넘었던 이들은 이날 결승전까지 안정적으로 마치면서 5년 전 은메달에 그쳤던 설움을 씻었다.
결승전 후 선수들이 금메달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여러 번 언급된 단체가 하나 있었다. 한국e스포츠협회다. 김동하 전력 분석관은 “많은 도움을 주신 협회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쵸비’ 정지훈 역시 “협회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고 말했다.
‘케리아’ 류민석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동안 협회에서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주셨다. 선수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많은 지원을 해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정균 감독도 “선수, 분석관, 협회 분들 등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다.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내내 선수들은 협회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협회 덕분에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앞서 ‘스트리트 파이터 V’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김관우 역시 협회에게 특히 감사함을 표현한 바 있다.
그는 28일 결승전에서 승리했을 당시 믹스트존에서 당장 생각나는 사람으로 강성훈 감독과 함께 협회 관계자들을 꼽으면서 “내가 이렇게 연습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게 협회 분들과 감독님이다. 그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봤을 때 나도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에서 모든 환경을 잘 마련해주셨다. 항저우 현장에서도 제가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규정 같은 걸 물어보면 알려주시고, 이미그레이션(입국 심사)도 편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면서 “내가 오롯이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게 협회 분들이었다. 그분들이 기뻐하시는 게 일차적으로는 가장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 ‘협회 지원’ 종목이 있다면 이마저도 한국이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협회는 이번 대회를 위해 그야말로 칼을 갈았다. 경기장과 똑같은 높이의 책상,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컴퓨터·의자 등을 베이스캠프에 마련해놨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선수들을 위해서는 대회에서 사용하는 중국제 스마트폰까지 미리 현지에서 입수해왔다.
덕분에 한국 선수들은 연습량과 환경에서 다른 팀들보다 앞섰다. 항저우에는 e스포츠 종목 참가자들을 위한 공용 연습장이 있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늦게 경기하는 팀일수록 사용 가능 시간도 늦어지는 등 이용이 여의치 않은데, 이마저도 하루에 몇 시간밖에 못 쓴다고 한다. 모든 신청 시간을 보전받는 것도 아니다.
AD 카드의 제한된 수량 때문에 경기장 내부에서 협회 관계자들은 부족한 일손으로 4개 종목 대표팀을 커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도 선수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고 있다. 그들의 땀방울을 가장 가까이서 본 것은 선수들일 터다. 그들이 모든 인터뷰에서 협회의 노고를 언급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던 셈이다.
항저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