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고물가 고금리로 국민과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정쟁은 멈추고, 민생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 제안을 ‘떼쓰기’로 평가절하하며 여야 당대표 회담부터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는 상대의 다른 생각과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민생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들께서는 누가 더 잘하냐는 선의의 경쟁보다, 민생을 외면한 채 상대를 부정하는 전쟁 같은 정치가 불안하고 불편하다”며 “민생 핵심은 경제이고, 경제는 심리다. 대통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회복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국민께 일말의 희망이라도 드릴 수 있다면, 국민 삶이 반걸음이라도 나아진다면, 이 모두가 국정을 전적으로 맡고 있는 대통령님과 정부·여당 성과일 것”이라며 “이 엄중한 시기에 국민 삶을 개선하라고 잠시 맡겨진 국가권력이 국민 삶과 무관한 일에 낭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처한 대내외적인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올 2분기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악화로 이자를 감당 못하는 기업도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풍요를 즐기고 기쁨을 나눠야 할 한가위임에도 웃음보다는 한숨이 앞선다”며 “살인적인 물가 속에 ‘먹고 살기 힘들다’는 호소가 추석밥상을 덮는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또 “세계 각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발 빠르게 외교 전쟁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는 강대국 종속을 자처하며 한반도 긴장감을 높이고 경제 타격을 불러오고 있다”며 “국익 중심 실용 외교로 실리를 챙겨야 할 때, 때아닌 이념 가치 논쟁으로 국민을 편 가르고 국익 손상을 자초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의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여야 대표가 만나 민생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하자고 했던 국민의힘 제안에 먼저 답하는 게 순서”라고 쏘아붙였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다. 하루라도 빨리 여야 대표가 만나 민생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만큼은 민생 해결에 오롯이 집중해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제안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어 “추석 민심은 분명히 ‘정쟁’이 아닌 ‘민생’을 가리키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지금까지 여러 차례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강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장관 탄핵, 총리 해임 건의는 물론이고 정쟁으로 국회를 멈춰 세운 채 산적한 민생법안을 묶어 놓고서 뜬금없는 떼쓰기식 영수회담 제안을 하는 건 앞뒤도 맞지 않을뿐더러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 제안을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대표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