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간판’ 신진서(23) 9단이 항저우아시안게임 바둑 남자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진서는 28일 중국 항저우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에게 135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앞서 6전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한 신진서는 이날 오전 준결승전에서 대만의 쉬하오훙 9단에게 278수 만에 흑 불계패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금메달을 놓친 신진서는 이치리키에게 압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따내며 아쉬움을 삼켰다.
신진서는 경기 직후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해 저 자신에게 실망스럽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스럽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어 “컨디션의 문제는 아니었다”며 “저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 중간에 한 번 제가 빨리 착점했던 때가 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복기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도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했으면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몰랐을 텐데 결국 끝내기에서 실수를 하며 반집으로 져서 많이 아쉽다”며 “단체전만큼은 선수들과 힘을 합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목진석 대표팀 감독은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내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출발해야 할 것 같다”며 “모든 선수가 하나로 똘똘 뭉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신진서의 예상 밖 패배로 바둑 금메달을 싹쓸이하겠다는 한국 대표팀의 구상은 무산됐다.
앞서 한국은 바둑이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10 광저우 대회에서 남녀 단체전, 혼성 복식 등 금메달 3개를 싹쓸이했다.
바둑은 이후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13년 만에 바둑이 아시안게임에 돌아온 만큼 2010 광저우 대회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게 한국 대표팀의 청사진이었다.
한국 바둑은 29일부터 남녀 단체전에 나선다.
신진서의 준결승 패배는 자신보다 어린 해외 기사에게 당한 첫 패배이자 중국 국적이 아닌 해외 프로기사에게 당한 첫 패배라는 점에서도 뼈아프게 여겨졌다.
중국 기사를 상대로 193승 82패를 기록한 신진서는 일본 기사에겐 37전 37승, 대만 기사에겐 10전 10승으로 무적의 모습을 보였다.
바둑 종주국인 중국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나라도 신진서에게 대적할 만한 기사를 내세우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패배로 신진서의 비(非)중국인 상대 무패 행진(53전 53승)이 2012년 입단 이후 11년 만에 중단됐다.
신진서가 자신보다 어린 해외 기사에게 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신진서는 2000년 3월 17일생, 쉬하오훙은 2001년 4월 30일생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