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탁영(가명·20)씨는 매주 일요일 오전에 아버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오후엔 인근의 다른 교회에서 예배를 또 드린다. 이씨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목회자 자녀가 아닌 평범한 성도로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여름 아버지 교회에서 필리핀으로 선교를 갔는데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며 “어떤 사역을 하더라도 ‘목회자 자녀인데 네가 빠져서 되겠느냐’라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목회자 자녀인 박정욱(가명·33)씨는 10여년 전 근거 없는 모함을 당했다. 교회 비전센터 건물이 지어질 당시 한 장로가 뜬소문을 퍼트렸다. 담임목사가 아들에게 건물을 물려주려고 비전센터를 세우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교인들 눈치를 보느라 청년부 회장도 지원하지 않았던 박씨는 가족들에게만 겨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작 교회는 현재 비전센터를 부동산에 내놓은 채다.
목회자 자녀들의 하소연은 통계로도 설명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최근 설문에 따르면 목회자 5명 중 3명(61.4%)은 “내 자녀가 목회자 자녀라서 교회 생활이나 교인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별로 받지 않는 것 같다’는 5명 중 1명(23.4%)이었고 ‘전혀 받지 않는 것 같다’는 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목회자 자녀 역시 여타 다음세대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규보 총신대 상담대학원 교수는 “사역자 자녀는 사역자가 아니다. 목회자에게 거는 기대를 성장 중인 자녀들에게 똑같이 적용해선 안 된다”며 “목회자를 무심코 비판했다가 목회자 자녀에겐 평신도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회자와 목회자 자녀의 역할도 있다. 김 교수는 “목회자들은 사역자보단 아버지 어머니의 관계 안에서 자녀를 품어야 한다”며 “목회자 자녀 역시 타인의 평가에 신앙이 휘둘리지 않도록 주님과의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