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항저우아시안게임 ‘전 종목 메달’을 향한 첫 걸음을 뗀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40년 만의 ‘노메달’이라는 악몽을 지우는 게 목표다. 변수가 많은 종합대회에서 방심 없이 초반부터 좋은 흐름을 가져가야 한다고 배드민턴 레전드들은 조언했다.
한국은 28일 중국 항저우 빈장 체육관에서 열리는 대회 남녀 단체전을 시작으로 메달 사냥에 돌입한다. 다음 달 2일부터는 남녀 단·복식과 혼합 복식 등 개인전 경기가 7일까지 진행된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 회복을 약속했다. 그는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대표팀 전원이 지옥의 스케줄을 달리고 있다”며 “단체전을 성적을 잡으면 개인전 메달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레전드들도 단체전을 먼저 언급했다. 대회 기간 방송 해설을 맡은 이용대(요넥스 플레잉코치)는 27일 국민일보에 “초반 기세를 타면 다른 종목에서도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동문 원광대 교수는 “노메달 이슈 후 처음 나서는 아시안게임인데 단체전 성적을 내서 부담을 덜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분위기는 좋다.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단식 안세영을 비롯해 서승재-채유정, 서승재-강민혁 조가 혼합·남자복식 정상에 올랐다. 여자복식 김소영-공희용 조도 동메달을 보태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항저우에서의 상승세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경쟁국 선수들도 사력을 다할 거라는 게 레전드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 교수는 “상위 랭커들보다도 복병을 조심해야 한다. 어떤 상대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용대는 “대표팀 내 젊은 선수들이 중압감을 이겨내고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했다.
한때 세대교체 과정에서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 배드민턴은 성장을 보기 시작했다. ‘안세영 효과’가 대회 성적에 한 몫을 할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용대는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 같은 스타가 계속 나오는 종목이다. 다른 선수들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용대 이후 새로운 스타가 나왔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됐을 것”이라며 “전 종목이 메달권에서 우승권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의 활약도 큰 관심사다. 이용대는 “코트 쓰는 노하우, 세계랭킹 1위의 멘털 등이 엄청 좋아졌다. 강점인 수비 위주로 하다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완벽하다”며 “다소 약한 공격력을 헤어핀, 정확한 언더핸드 등 다른 스트로크로 만회하며 상대를 공략하니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 단체전은 대진운도 따르고 있다. 이날 발표된 대회 대진표를 보면 여자 대표팀은 2번 시드로 16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하게 됐다. 메달 경쟁 후보인 중국(1번 시드)과 일본(3번 시드) 등을 피해 대진표 반대쪽에 배치돼 결승까지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남자 대표팀은 16강에서 말레이시아(5번 시드), 8강 인도네시아(1번 시드) 등 전력이 좋은 상대를 만나게 됐다.
항저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