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기각…법원 “구속 필요성 인정 안돼”

입력 2023-09-27 02:41 수정 2023-09-27 02:5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검찰이 청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대선 패배 18개월 만에 구속 수감 위기에 몰렸던 이 대표는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법원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다고 봤지만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종합적으로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800자 가량되는 장문의 기각 사유를 밝히면서 이 대표의 세 가지 혐의의 소명 여부에 대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놨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백현동 의혹에 대해서는 “피의자 지위, 결재 문건, 관련자들 진술 등을 종합할 때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증거인멸 염려에 관해서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서는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유 부장판사는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 대표의 상황 및 정당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에 따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대표는 석방 절차를 밟는다. 앞서 이 대표 영장심사는 전날 오전 10시7분부터 7시24분쯤까지 약 9시간17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백현동 개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를 받는다. 경기도지사 때인 2019∼2020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대북사업 및 방북 비용 800만 달러를 대납시킨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도 있다.

영장심사에서는 검찰과 이 대표 측이 사활을 걸고 격돌했다. 이 대표는 오후에 진행된 대북송금 의혹 심문부터 직접 발언하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성남시장이 돼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는 토로도 했다고 한다.

박재현 양한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