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상흔 아직 남았지만 희망은 늘 있었습니다”

입력 2023-09-26 15:34
임재경(왼쪽) 목사가 25일 충남 공주 공주옥천교회 사택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남 공주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들판에 벼들은 충분히 익었는지 고개를 푹 숙였고 산에 있는 단풍나무는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지난 여름 중부지역에 수해가 발생한 지 벌써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단 사실을 자연이 전하고 있었다.

25일 만난 공주 지역 피해 교회들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전해준 사랑 덕분에 아픔을 이겨내는 중이었다. 아직 교회 앞마당에는 침수로 인해 버려진 기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농작물과 농기계를 잃어 올해 수입이 뚝 끊긴 교회도 있었다. 그러나 목회자들은 ‘사람이 마음으로 계획할지라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는 말씀을 품고 되레 희망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공주옥천교회(임재경 목사) 앞마당과 사택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침수 잔해들이 남아있었지만 본당 내부는 원목으로 깔끔하게 복구돼 있었다. 임재경 목사는 “한국교회와 주변 목회자분들께서 도와주셔서 이렇게나마 복구할 수 있었다. 지난 주일에는 수해 이후 처음으로 본당에서 예배를 드리게 돼 감격스러웠다”고 전했다.

공주옥천교회 예배당 복구는 한국교회 많은 이들의 후원 덕에 가능했다. 이날도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대표단장 김태영 목사)이 교회에 격려금과 노트북 등을 전달했다. 한교봉이 추석을 앞두고 전달한 지원금은 40개 교회에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임 목사는 “23년을 이곳에서 살았는데 비가 그렇게 많이 온 적은 처음이었다. 한 달은 예배도 드리지 못했고 사택은 전부 망가져 제대로 잠도 못잤다”며 “빗소리만 들어도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추석을 앞두고 이렇게 한국교회의 도움을 받으니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김철훈(왼쪽) 한교봉 사무총장이 25일 충남 공주 양의문순복음교회 앞에서 성금과 노트북 등을 강정희 목사에게 전하고 있다.

인근 양의문순복음교회(강정희 목사)는 수해로 고추씨를 말릴 건조기와 농작물을 모두 잃으면서 수입원이 없어졌다. 하지만 강정희 목사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서 전도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수해 지원 물품을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며 교회를 알릴 수 있었다”며 “복음을 전할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고 고백했다.

강 목사는 지난 7월 수해를 입은 직후 순복음탄천교회(김덕자 전도사)와 합병해 목회를 이어오고 있다. 순복음탄천교회는 후임 목회자를 구하지 못했고 양의문순복음교회는 수해로 예배당을 잃어 두 교회가 연합하게 된 것이다. 강 목사는 “첫 설교에 나섰을 때 성도들에게 ‘저는 대안이 없으나 하나님께선 계획이 있으므로 낙심하지 말라’고 전했었다”며 “저를 이곳으로 이끄신 하나님은 최악에서 늘 희망을 전해주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원(오른쪽) 목사가 25일 충남 공주 순복음강남교회 새본당에서 교회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공주 순복음강남교회(이재원 목사)는 주변 일대가 2m 이상 침수당해 교회 지하 건물과 1층, 복지관 등이 피해를 봤지만 수마를 딛고 지난 주일 본당복원 예배를 드렸다. 이재원 목사는 “20여명의 교인들과 다 같이 울면서 예배를 드렸다”며 “우리 교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교회의 지원과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했다.

김철훈 한교봉 사무총장은 “긴 명절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들떠 있지만 수해를 입은 곳은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피해 교회들이 마음만큼은 풍요로운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공주=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