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신협 강도’, 범행 전날 강도짓하려다 장 열려 포기

입력 2023-09-26 14:18 수정 2023-09-26 14:53
베트남에서 붙잡힌 대전 신협 강도 사건 피의자가 출국 30일 만인 21일 오전 국내로 송환돼 대전서부경찰서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신협 강도’ 피의자는 범행 전날에도 피해 은행에서 현금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인근에서 장이 열리는 바람에 범행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A씨(47)는 범행일 전날인 지난달 17일 피해 은행인 신협 지점을 찾아갔다.

오토바이 2대를 훔친 뒤 흉기와 소화기를 소지하고 신협을 찾아간 그는 주변에 장이 열리는 바람에 범행을 시도하지 못한 채 귀가했다. 다음 날인 18일 장이 끝나고 주변이 조용해진 뒤에야 비로소 신협에 침입해 현금 3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그는 훔친 돈 39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은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가족들을 위한 생활비 400만원, 주식투자 600만원 등 국내에서 총 2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환전해 베트남 현지에서 도피자금이나 도박자금으로 썼다.

A씨는 경찰에 “빚과 생활비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사업을 하던 그는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에 빠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돈을 빌렸다. 확인된 빚 규모는 2억원이었으며 도박빚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가족들의 생활비와 이사 비용 등이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지난달 초쯤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한 그는 현금이 많은 은행을 범행 장소로 정했다. 특정 지점을 결정하진 않은 채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범행장소를 물색했다. 결국 과거 생활한 적이 있었던 관저동 인근 지점을 범행 대상으로 점찍고 강도짓을 벌였다.

베트남으로의 도주는 급하게 결정됐다. 범행 초기에는 붙잡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불안감을 느끼고 출국하기로 마음먹었다.

베트남에는 특별한 연고가 없었지만 항공권을 당일에 예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A씨는 이달 20일 돌아오는 왕복항공권을 끊고는 지난달 20일 출국했다.

그는 현지에서도 숙소 3~4곳을 정해두고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치밀한 도피행각을 벌였지만 교민들의 제보와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결국 붙잡혔다.

경찰은 27일 A씨를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베트남 공안으로부터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급하게 도주할 생각은 없었는데 잡힐 것 같아서 항공권을 예매하고 달아났다”며 “베트남에서 다른 나라로의 출국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11시58분쯤 대전 서구의 한 신협 지점에 소화기를 뿌리며 침입해 직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3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충남 금산군까지 약 50㎞를 달아난 그는 다시 택시를 타고 대전으로 돌아왔다. 범행에 이용한 흉기와 소화기는 도주 과정에서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이틀 뒤인 20일 그가 베트남으로 출국하자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사무총국에 적색수배를 요청한데 이어 현지 공안에 공개수배를 의뢰했다.

공개수배로 전환한 지 이틀만인 지난 10일 교민으로부터 “카지노에서 피의자를 본 것 같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제보 3시간30여분만에 다낭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그를 붙잡았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