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태평양 도서국과 두 번째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대규모 추가 투자지원을 약속했다. 도서국인 쿡 제도, 니우에와 외교관계를 공식 수립하는 등 역내 국가들과 협력 확대에도 나섰다.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쿡 제도, 팔라우, 마셜 제도, 사모아, 솔로몬 제도, 파푸아뉴기니 등 18개국 정상 및 외교부 장관 등 지도자들과 2차 태평양 도서국 포럼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앞으로 세계 역사의 많은 부분이 태평양에서 쓰일 것”이라며 “(2차 세계대전 때 협력한)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다음 세대를 위해 역사를 함께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해수면 상승이 실존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기후변화 및 자연재해 대응, 불법 어업 단속, 경제 성장 등을 위해 추가로 약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의회와 협력해 도서국에 대한 인프라 지원에 4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태평양 도서국인 쿡 제도, 니우에와 외교관계를 공식적으로 수립하기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미국은 내년 초 바누아투에 대사관을 개설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태평양 도서국들과 관계 강화에 나선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이 미국에 전략적 초점을 유지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믿음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틀간 진행되는 정상회담 관련 주요 행사에 블링컨 장관과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 사만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배우자인 더글러스 엠호프 등 핵심 고위직을 총출동시키며 예우를 갖췄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4개 태평양 도서국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8억1000만 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친중 성향의 솔로몬제도의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가 불참하는 등 한계도 일부 노출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중국과의 개발 협력이 국가적 요구에 더 부합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과 치안 협정을 체결한 바누아투의 사토 킬만 총리도 불참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