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거물급 인사들의 명운이 엇갈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26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이 법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향해 검찰 수사의 부당성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호소한다. 본인의 정치생명을 건 변론에 나서는 것이다. 공소사실의 분량이 상당한 데다 이 대표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이날 심사에는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321호 법정은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받던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30일 약 9시간에 걸친 영장심사 끝에 구속 결정을 받았던 곳이다. 그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영장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1995년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구속전 피의자심문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라 서면 심리를 받았다.
박근혜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도 이 법정에서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았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은 발부됐으나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2019년 1월 이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고 구속됐다. 이는 사법부 수장 출신이 구속 수감된 첫 사례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2020년 ‘삼성 합병·승계 의혹’으로 321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았다. 당시 법원은 8시간30분의 심문 끝에 “구속할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입시비리 등 혐의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321호 법정을 거쳐 구속된 바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사 처음으로 영장심사에 출석한다. 그는 검찰이 구성한 혐의사실이 모두 진술·정황에만 의존한 ‘소설’이라고 반박하며 범행 동기와 실제 이행 과정까지 세세히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부각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수익을 올리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경기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신의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접촉해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유리한 내용의 허위 증언을 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포함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