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운명 갈릴 ‘321호 법정’…박근혜·이재용 섰던 곳

입력 2023-09-26 06:34 수정 2023-09-26 10:0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거물급 인사들의 명운이 엇갈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26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이 법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향해 검찰 수사의 부당성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호소한다. 본인의 정치생명을 건 변론에 나서는 것이다. 공소사실의 분량이 상당한 데다 이 대표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이날 심사에는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321호 법정은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받던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30일 약 9시간에 걸친 영장심사 끝에 구속 결정을 받았던 곳이다. 그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영장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1995년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구속전 피의자심문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라 서면 심리를 받았다.

2017년 3월 30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도 이 법정에서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았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은 발부됐으나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2019년 1월 이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고 구속됐다. 이는 사법부 수장 출신이 구속 수감된 첫 사례였다.

2020년 6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2020년 ‘삼성 합병·승계 의혹’으로 321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았다. 당시 법원은 8시간30분의 심문 끝에 “구속할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입시비리 등 혐의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321호 법정을 거쳐 구속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 당시 모습. 공동취재사진

한편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사 처음으로 영장심사에 출석한다. 그는 검찰이 구성한 혐의사실이 모두 진술·정황에만 의존한 ‘소설’이라고 반박하며 범행 동기와 실제 이행 과정까지 세세히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부각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수익을 올리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경기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신의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접촉해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유리한 내용의 허위 증언을 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포함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