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5년 만에 재현된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 ‘리턴 매치’에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을 꺾고 지난 패배를 설욕했다. 대회 개인전 4연패에 도전했던 구본길은 후배 오상욱에게 왕좌를 내줬다.
오상욱은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을 15대 7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7-7로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구본길을 상대로 내리 8점을 따내며 승리를 쟁취했다.
이들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결승에서도 맞붙었다. 당시에는 구본길이 15대 14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둬 대회 개인전 3연패를 달성했었다.
오상욱은 5년 만에 성사된 구본길과의 결승에서 메달색을 맞바꾸는데 성공했다. 이번 결승에서 오상욱에 밀려 은메달을 챙긴 구본길은 대회 개인전 4연패에 실패했다.
한국 펜싱은 이틀 연속 ‘집안 싸움’을 벌였다. 전날에는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최인정(계룡시청)과 송세라(부산광역시청)가 맞붙어 각각 금·은메달을 손에 쥐었다. 전날에는 ‘언니’인 최인정이 웃었지만, 이날은 ‘동생’인 오상욱이 금빛을 봤다.
오상욱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구본길의)4연패 여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결승에서 형이랑 만났는데, 단지 누군가가 이기고 지는 경기라 생각했다”며 “5년 전에 제가 졌던 기억이 있다. 복수한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이 상황에 이겨서 금메달 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구본길은 “4연패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도전 자체만으로도 제게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 4연패에 실패해서 아쉽진 않다”며 “오상욱이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오늘 제 은메달이 더욱 값지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선수들끼리 결승에서 만나 금메달과 은메달을 확보한 상태에서 경기에 나서 “마음이 한결 편했다”고 전했다.
항저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