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의 3분의 1 이상은 실질적인 자산 보유 상황을 고려해도 여전히 가난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인 수준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더 선별적이고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 빈곤과 정책 방향’에 따르면 2017년 포괄소득을 기준으로 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4.8%였다. 포괄소득이란 기존의 처분가능소득에 보유 자산에서 나오는 암묵적 소득 등을 더해 ‘실질적인 소비 능력’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자가 주택 보유자가 자신의 집에서 살면서 얻는 사실상의 임대료 수익(귀속임대료)이 대표적인 포괄소득 항목이다.
소득·자산을 전부 고려한 실질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노인이 3명 중 1명 이상이었던 셈이다. KDI는 소득이 중위소득의 50%보다 적은 노인을 빈곤 노인으로 분류했다. 독거노인이 빈곤 노인으로 분류되려면 월 소득이 2017년 1인 가구 중위소득(165만3000원)의 절반인 82만6000원보다 적었어야 한다. 부부의 경우 월 소득 140만7000원이 이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포괄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은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에 오른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42.3%)에 비하면 7.5% 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세계와의 격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같은 해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호주·미국·독일 등 조사대상 7개국의 2016~2017년 포괄소득 기준 평균 노인빈곤율은 8.7%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개중 가장 높은 독일(11.8%)조차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같은 한국 노인 사이에서도 세대를 기준으로 확연한 빈부격차가 나타났다. 더 예전에 태어난 노인일수록 더 가난했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1930년대 후반 출생 노인의 45.9%가 처분가능소득과 포괄소득 모두 중위소득의 50%를 밑도는 진짜 ‘빈곤 노인’이었다. 반면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 노인들 중에는 13.2%만이 이 같은 저소득·저자산 취약 계층에 해당했다.
KDI는 노년층의 실질적인 소득을 고려해 기초연금을 더 집약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산 처분을 통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저소득·고자산 노인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소득인정액 기준도 낮춰 더 두터운 기초연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재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느 계층이 더 취약한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기초연금은 우선 저소득·저자산에 더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