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겨누는 ‘金대5종’…“중계 힘들게 만들겠다”

입력 2023-09-25 16:39
25일 중국 항저우 시내의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 남자 국가대표 이지훈 정진화 전웅태 서창완(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문을 잘 연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5일 중국 항저우 시내의 호텔에서 마이크를 잡은 전웅태(28·광주광역시청)의 표정은 밝았다. 전날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근대5종이 처음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이후 한국은 꾸준히 아시아 정상급 경쟁력을 자랑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금메달 8개를 포함해 총 23개를 가져갔다. 대회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측에서도 한국을 ‘압도적 강자’라 표현했다.

대표팀은 이 같은 평가를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남녀 개인전·단체전에서 도합 5개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김선우(27·경기도청)는 한국 선수단을 통틀어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고 전웅태는 2관왕에 빛났다.

영광의 주역들은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전웅태는 “팀원들이 동고동락하며 가족 같은 유대감을 얻은 게 좋은 결과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전 낙마하는 사고에도 개인전 은메달을 따낸 이지훈(28·LH) 또한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지도자분들과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 꼬리표에 주눅 들지도 않았다. 김선우는 “(근대5종이) 어려운 건 맞다”면서도 “누구나 하진 못하는 종목”이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대회 조직위 측의 결정으로 중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노력으로 바꾸겠다’는 당찬 포부가 뒤따랐다. 전웅태는 “근대5종을 (중계하고 싶어도) 중계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운동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소임을 다한 채 일찌감치 아시안게임 일정을 마감한 이들의 눈은 미래로 향한다. 내년 열릴 파리 올림픽이 그 대상이다. 아시아에서야 한국이 ‘최강’이라지만 유럽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는 세계 무대는 차원이 다르다. 1912년 종목 채택 이래 한국은 올림픽에서 100년 넘게 근대5종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2021년 도쿄에서 전웅태가 동메달을 따내며 그 벽에 균열을 냈다. 그는 “운동선수의 ‘명함’은 큰 대회에서 딴 메달”이라며 “좋은 기운을 받아 파리 올림픽까지 다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