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비명(비이재명)계가 당내에서 설 자리를 잃고 축출되는 모양새다. 비명계 최고위원 사퇴에 이어 원내 지도부까지 친명(친이재명)계로 구축되는 등 ‘이재명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앞서 사의를 표한 송갑석 전 최고위원은 25일 마지막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사퇴 입장문’을 읽었다. 송 전 최고위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과 관련해 “구속영장 발부 자체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고 나는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체포동의안 가결은) 검찰 수사의 정치성, 부당성을 사법부 판단 과정을 통해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그 매듭을 끊으려는 뜻이 포함된 결과”라면서 사법부를 향해 “이 대표에게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기회가 반드시 보장되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부결표를 던졌다고 밝히면서 일단 사퇴를 보류했다. 송 전 최고위원의 사의를 수용한 이 대표가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의 사의는 반려했고,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물러난 자리에 친명 원내대표 선출이 예고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친명계 일색이 됐다.
지도부를 장악한 친명계는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징계 필요성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에 해를 끼치는 행위 등에 대해 절차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며 “해당 행위에 대한 당헌·당규상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규에선 당의 결정을 위반하는 경우, 당무에 중대한 방해 행위를 하는 경우 등을 사유로 제명, 당원자격정지, 당직자격정지, 경고 등의 징계를 내리도록 한다. 다만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가결파를 색출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식적으로 논의, 결정한 바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비명계는 곧장 반발했다. 설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은 당론이 아니었기에 해당 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지도부는 해당 행위 운운하며 민주당 분열을 가속화하는 언행이나 행위를 멈추고 당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자기와 다른 주장을 했다고 해서 타도하자, 척결하겠다는 건 민주주의에서 탈선하는 것”이라며 “자기주장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독재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대표 궐위가 아니라며 이 대표 체제로 내년 4월 총선에 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는 한 최고위원이나 당대표나 쫓아낼 방법이 없다”며 “저희는 끝까지 이재명 지도부 체제로 총선 승리를 이끌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