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서로를 겨눴던 칼 끝…이젠 하나로 뭉친다

입력 2023-09-25 15:53 수정 2023-09-25 15:56
최인정(왼쪽)과 송세라가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펜싱 에페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서로를 겨누고 있다. 뉴시스

항저우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을 놓고 ‘집안싸움’을 벌였던 최인정(33·계룡시청)과 송세라(30·부산광역시청)가 하나로 뭉쳐 다시 우승을 노린다. 이들은 강영미(38·광주서구청), 이혜인(28·강원도청)과 힘을 합쳐 대회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은 오는 27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리는 대회 단체전에 나설 예정이다. 24일 펼쳐진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는 최인정과 송세라가 선의의 경쟁을 벌인 끝에 금메달은 최인정에게 돌아갔다.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겠다며 올해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최인정의 간절함이 통했던 모양새다.

최인정(왼쪽)과 송세라가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펜싱 에페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서로를 겨누고 있다. 뉴시스

최인정과 송세라는 펜싱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지만 개인전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서로를 향해 칼 끝을 겨눴다. 두 선수가 맞붙었던 여자 에페 결승전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고, 최인정이 9대 8로 1점 차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최인정은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에서 모두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우승에는 실패해 아쉬움을 삼켰었다. 그리고 거듭된 도전 끝에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그는 2010년부터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기 전 금메달의 한을 풀게 됐다.

송세라(왼쪽)와 최인정이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개인전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맞섰던 송세라 역시 생애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선배 최인정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명승부를 펼쳐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에선 아시아 1위의 비비안 콩(홍콩)을 제압하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최인정은 “금메달이 고생했다는 의미의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송세라는 최인정의 국가대표 은퇴에 대해 “언니의 빈 자리를 제가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인정(왼쪽)과 송세라가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결승전을 마친 뒤 서로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최인정과 송세라의 시선은 이제 단체전으로 향하고 있다. 두 선수는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강영미, 이혜인과 합을 맞춰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항저우에서도 다 함께 힘을 모아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여자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가장 경계하는 팀은 대회 개최국인 중국이다. 펜싱은 심판의 판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인 터라 홈 텃세를 이겨내는 게 우승의 관건이다.

송세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단체전에 대해 “가장 좋은 건 깔끔한 경기 운영으로 완벽하게 포인트를 따는 것”이라며 “국제대회에서 중국을 상대로 항상 자신감을 갖고 뛰는 편이다. 다만 이변에는 잘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항저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