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다음 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했음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또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이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요즘 뉴라이트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임의단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일본 신민이었다’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유 후보자를 향해 “이전 정부에서 ‘1948년 건국’에 대해 사과하고 임시정부 법통을 확실히 하신 점에 유의하면서 인사청문회에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1919년 상해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돼 오늘날 정식정부로 재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유 후보자가 이명박정부 문체부 장관이던 당시 일었던 ‘건국절 논란’을 재소환한 것이다.
문체부는 2008년 10월 전국 중·고교와 군부대 등에 배포한 홍보용 책자인 ‘건국 60년 위대한 국민-새로운 꿈’에서 ‘건국 60주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임시정부 법통 논란을 촉발시켰다. 당시 해당 책자는 “대한민국 이전에는 국민이 아니라 신민과 백성이 있었을 뿐이어서 대한민국 건국 이후 사상 처음으로 이 땅에 근대적 개인이 탄생했다”고 표기했었다.
그러자 광복회는 건국훈장 반납 등을 결의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유 장관은 직접 광복회를 찾아 유감의 뜻을 밝히며 책자를 수정했다.
이 회장은 육군사관학교 내 홍 장군 흉상 철거 문제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1920년 10월 24일자 미국 뉴욕 트리뷴지 기사에 ‘한인 독립투쟁가들이 볼셰비키와 손잡은 것은 공산주의 신조 때문이 아니라 오직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다’라고 언급된 것을 소개하며 “홍 장군을 공산당이라고 뒤집어씌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 장군은 독립운동에 필요한 물자 등을 지원 받기 위해 부득이하게 당시 공산 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특히 “홍 장군을 지금 북한 공산주의와 혼동시키지 말라”며 “홍범도를 공산주의자라고 배척한다면 카자흐스탄 50만 동포는 다 배척해야 한다. 그런 어리석은 짓을 왜 해야 하냐. 다 우리 가슴에 품어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를 향해서도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 회장은 “지금 국방부 장관이란 사람이 ‘군의 원조가 어디냐’ 하니까 일본놈 잔재들이 모여 만든 국방경비대라고 하고, 이것 참 큰일”이라며 “대통령이 친하게 지내려는 건 지금 일본이지, 제국(주의) 일본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요즘 (후보자들이) 헌법도 모르고 청문회에 나온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최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1948년 8월 15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