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감식 참여한 아들은 떠났지만”…대전서 ‘행방불명 4·3희생자’ 신원 첫 확인

입력 2023-09-25 11:22
지난 15일 제주4·3평화공원 행불인표석 위령제단에서 제22회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진혼제가 열리고 있다. 제주도 제공

대전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됐다. 도외지역에서 유해 유전자 감식을 통해 사망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대전 골령골에서 4·3희생자 신원이 확인돼 내달 5일 제주로 봉환된다.

희생자는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출신의 1923년생 故김한홍씨로, 4·3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 지내다 1949년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연락이 두절됐다.

수형인 명부에는 1949년 7월 징역 7년형을 선고 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이다.

고인은 26세에 대전으로 끌려가 이듬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8년 고인의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달라며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으나 2020년 소식을 듣지 못하고 사망했다.

같은 해 대전 골령골에서 고인의 유해가 발굴됐고, 이달 최종 신원이 확인됐다.

유해는 현재 세종추모의집에 안치돼 있다.

내달 4일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 주관으로 제례를 진행한 뒤 화장해 5일 항공기를 통해 제주로 봉환한다.

이로써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희생자는 모두 142명이다. 앞선 141명은 모두 도내에서 발굴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