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2023년 9월 21일은 어떻게 기록될까

입력 2023-09-24 18:04

2023년 9월 21일은 우리 국회 역사에 기록될만한 날이 될 것 같다. 이날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날이기 때문이다. 모두 ‘헌정 사상 최초’라고 한다.

헌법 제63조 제1항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국회의 해임건의가 효력을 발생한다. 이처럼 우리 법체계상 최상위법인 헌법에 국회의 해임건의권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강제력은 없다.

헌법재판소도 난감했는지 ‘국회의 해임건의권이 법적 기속력이 없는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헌법의 규정은 장식에 불과한 것이고, 법적 기속력이 있다고 해석한다면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없는 헌법상의 권력분립질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라고 판단했다. 결국, 완곡하게 강제력이 없다는 결정을 한 셈이다. 말 그대로 강제력이 없는 ‘건의’에 불과해 대통령이 무시하면 그만인 것이다. 앞서 외교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를 거부한 것처럼 대통령은 이번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탄핵소추안과 체포동의안은 강제력이 있다. 탄핵은 탄핵소추권과 탄핵심판권으로 나뉘는데, 탄핵소추권은 국회의 권한이고, 탄핵심판권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이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대상 공무원의 권한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기각 결정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인용 결정을 한 바 있다.

이날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안동완 검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보복 기소했다는 의혹이 있는 인물이다. 2014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로 재직할 때 ‘유우성 대북송금 사건’을 담당하며 피해자 유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보복 기소했다는 혐의로 탄핵소추됐다. 현 정부 들어 이태원 참사 예방·대응·수습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대법원은 안동완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해 기소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장관 탄핵을 기각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권한이다. 수사 또는 공판절차에서 체포·구속·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검사만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우리 국민 누구나 검사의 영장청구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예외다.

헌법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대통령에게 불소추 특권을,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 특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가 회기 중일 때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날 국회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이 대표는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정치권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되었든, 2023년 9월 21일은 한꺼번에 ‘헌정 사상 최초’를 세 개나 기록한 날이지만, 후손들이 이날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평가할지 두렵기만 하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