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와 인공기를 가슴에 단 두 선수가 매트 위에서 만났다. 한국 유도 간판 안바울(29·남양주시청)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열린 첫 남북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안바울은 2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샨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66㎏급 16강전에서 북한 리금성을 만나 연장전 끝에 절반승을 거뒀다. 개막 이틀 만에 펼쳐진 첫 남북 경기다.
둘은 경기 내내 치열한 잡기 싸움을 펼쳤다. 경기 초반부터 안바울은 특기인 업어치기를 끈질기게 시도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그에게 금메달을 안겨줬던 기술이다. 하지만 리금성도 만만치 않았다. 안바울의 공격이 막히면서 결국 주어진 시간 4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았다.
연장전에 들어가자 안바울의 지구력이 빛났다. 끊임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던 안바울은 연장 1분47초 만에 업어치기에 이어 상대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안뒤축감아치기로 리금성을 매트에 눕혔다.
안바울은 심판 판정을 확인한 뒤 리금성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리금성은 잠시 주춤하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경기를 마친 뒤 안바울은 “남북 대결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안바울은 이어진 ‘한·일전’ 고비를 넘지 못했다. 8강에서 키르기스스탄의 아이베크 울루를 제압한 안바울은 준결승에서 숙적인 일본의 다나카 료마를 만났다. 연장 접전을 벌이던 안바울은 세 번째 지도를 받으면서 실격패했다.
한편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은 종합우승을 노리고 있는 개최국 중국이 가져갔다. 중국의 쩌우자치와 추슈핑은 이날 오전 조정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 결승에서 1위를 기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