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더불어민주당이 내홍에 빠지자 과도한 공세 대신 ‘민생 정당’ 구호를 연일 외치고 있다. 지나친 공격에 따른 역풍을 피하는 동시에 ‘중도층 표심’을 흡수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은 절대 다수의 합리적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건전한 대화·타협·상생을 통한 생산적 국회, 민생 정치를 위해 가열찬 노력을 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의석수만 믿고 툭하면 해임하고 탄핵하고 방탄을 해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이제는 민생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또 민주당의 친명(친이재명)계를 겨냥해 “당권과 공천권을 사수하기 위해 법과 원칙, 국민의 상식을 무시한 채 끝 모를 방탄과 입법 폭주로 민의의 전당을 특정 개인의 방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잔당이 여전히 버티고 있어 안쓰럽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골수 지지층을 향해선 “한 줌 흙에 불과한 ‘개딸’들이 아무리 버텨봐야 찻잔 속 태풍”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대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난 21일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언행을 무겁게 하라”며 당내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의 내분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민생을 향해 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22일 원내대책회의를 할 때 회의실 배경에 ‘민생부터 민생까지’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달면서 민생 드라이브를 강조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5일 서울 강서구 상가 방문을 시작으로 추석 연휴 내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다음 달 11일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 후보인 김태우 전 구청장과 경찰청 차장 출신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격돌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의 반사 효과로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곧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박민지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