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3일(현지시간) 유엔 무대에서 자국 사절단의 북한 방문 계획을 공식화했다. 특히 방북 이유를 ‘북·러 정상 합의’로 못 박으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약속한 ‘평양 답방’ 이행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러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다음 달 북한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서방 주요국을 포함한 각국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북·러 밀착을 과시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의 회견 하루 전날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통신에 “고위급 대표단 교류를 비롯한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크렘린궁도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13일 대변인을 통해 “오는 10월 양국 외무장관 회동이 예정돼 있다”면서 “정상들이 이에 대해 지시했으며 회동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북·러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지속적으로 공개 언급하며 신속한 움직임에 나선 것을 두고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4월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는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푸틴 대통령이 수락했다고 보도했지만 러시아 측에서는 공식 반응이 없었고 답방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정상회담에 이은 만찬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쾌히 수락했다”고 전한 뒤 크렘린궁도 “푸틴 대통령은 이 초대를 감사히 수락했다”는 메시지를 공표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던 만큼 푸틴 대통령이 방북할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도 푸틴 대통령의 평양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해외순방에 나선 적이 없다.
북한 답방 논의의 공식 채널로 지정된 라브로프 장관은 다음 달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만난 바 있다.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게 될 경우 양국 군사협력도 더욱 탄력받게 될 전망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