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익명 봉투에 택시요금 모금까지… 훈훈한 기부

입력 2023-09-24 10:34 수정 2023-09-24 10:42

‘쌀과 과일부터 첫 손님 택시요금까지...’

추석을 앞두고 광주·전남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풍요로운 명절에도 소외되기 쉬운 이들에게 앞다퉈 손을 내미는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배려다.

24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지난 21일 익명의 시민이 운남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구깃구깃한 1000원짜리 지폐 130장, 1만원권 37장, 5만원권 10장 등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맡겼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는 “힘들게 사는 이웃을 찾아 전달해달라”는 당부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앞서 19일 운남동 행정복지센터에는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박윤석(61)씨가 이웃돕기에 써달라며 120만원을 전달했다.

박씨는 개인택시 영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면서 날마다 처음 태운 손님이 낸 요금을 모아 기부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천했다. 첫 손님이 낸 요금이 현금이면 곧바로 운전석 밑에 둔 봉투에 담아 모았고 카드결제는 본인의 돈으로 채워 넣어 차곡차곡 성금을 모았다.

박씨는 “첫 손님에게 요금을 기부하는 데 쓴다고 안내하면 기분 좋아하시고 일부러 카드 대신 현금으로 요금을 내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박씨의 성금은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을 통해 취약계층 추석 위문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광주 광산구 하남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13년째인 올해도 이어졌다.

2011년 설에 20㎏짜리 쌀 35포대를 시작으로 해마다 설과 추석 명절에 쌀과 과일 등을 꼬박꼬박 기부해온 익명의 기부자는 20일 하남동 행정복지센터에 7.5㎏짜리 배 50상자를 배송했다. 횟수로는 24번째 기부다.

전남 함평 손불면의 젊은 농부 이주현(31) 씨는 이달 초 자신이 재배한 쌀 100포(240만원 상당)를 군청에 기부했다. 30대의 나이에 농사를 짓는 이씨는 자신이 직접 키운 쌀로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에도 백미 10㎏짜리 140포를 기탁하는 등 2020년부터 매년 직접 재배한 쌀을 기부하는 선행을 베풀어 지역사회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 관계자는 “평범한 이웃들의 훈훈한 기부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며 “기부 물결이 더 이어져 모두의 가슴이 따뜻한 명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