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사] “미술투자는 무한대 수익률...매력적 대체 투자자산”

입력 2023-09-24 08:28 수정 2023-09-24 13:50
이지영 플랫폼에이 대표가 서울 서초구 플랫폼에이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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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건희 컬렉션’ 등을 계기로 미술과 대중과의 거리감이 확 좁혀지며 주식, 부동산을 대신할 대체 투자자산으로서 부상했다. 문턱은 낮아졌다지만 시작이 여전히 막막한 ‘초보 컬렉터’들에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도서 ‘아트테크 바이블’의 저자 이지영 작가를 서초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는 미술업계에 몸담은 지 20년차인 베테랑 아트 어드바이저다. 아트 어드바이저란 고객 예산에 맞춰 작품 구매시기, 투자에 이상적인 매물을 추천해 컬렉션(미술품 모음)을 관리해주는 일종의 ‘프라이빗 뱅커(PB)’다. 그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부터 품은 미술에 대한 꿈이 잊히지 않았다”라면서 “학부 졸업 후 미술사로 석박사를 밟으며 진로를 틀었다”라고 말했다.

미술사 박사를 이수하던 중 지도교수의 제안으로 들어선 가나아트센터는 그의 인생에 분기점이 됐다. 당초 교수직을 희망했지만 당대 최고의 갤러리 근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박사과정도 과감히 중도포기했다. 이 작가는 “처음에는 큐레이터로 일하다 나중에 아트딜러로 방향을 선회하며 총 8년간 일했다”라면서 “좀더 비즈니스적인 성격이 강한 아트딜러가 센터를 나와서도 살아남기에 적합하다고 봤다”라고 했다.

미술품 투자안내서 ‘아트테크 바이블’도 자생을 고민하던 그가 분투한 결과물이다. 개인 고객을 만들기 위해 개인 강의를 하다 결국 책까지 출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시회에서 작품을 사려는 손님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어 무작정 모든 고객들을 대상으로 작품 설명을 해드렸다”라면서 “미술정보 설명이 재밌기도 해서 휴일도 없이 1년에 전시만 100번 이상 돌았다”라고 회상했다.

아트딜러로서 모든 커리어를 중단하고 돌연 결심한 영국 유학은 오히려 그의 단단한 업무 경쟁력이 됐다. 그는 “미술품과 고객을 중개하는 일만 하다보니 많이 지쳤고 ‘내 것’을 하고싶단 욕구가 들어 미디어 아트 석사를 떠났다”라면서 “작가가 되기 위해 떠난 유학이었지만 딜러로 일도 조금씩 병행하다보니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작품을 싸게 들여올 수 있는 국내 딜러는 내가 거의 유일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투자의 매력으로 ‘무한대 수익률’을 꼽았다. 실제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10년전 200만~300만원에서 현재 호가 5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는 “미술품은 주식, 부동산과 달리 미래보단 과거가치에 기반한 투자”라면서 “잠시 떨어지더라도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 코인투자를 할 때와는 다르게 미술투자에 접근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일부 성격이 급한 젊은 컬렉터들 중심으로 ‘단타치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어 곤욕스러울 때가 많다”라면서 “미술품은 단기간내 재거래될 때마다 가치가 떨어진다. 그림은 5년 정도 보관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 작가의 목표는 국내의 젊은 신진작가를 지금보다 더 많이 발굴하는 것이다. 그는 “국내 컬렉터들은 여전히 해외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면서 “신진작가를 알리기위해 스튜디오도 차린 만큼 작가들은 작품을 알리고 그림을 투자한 컬렉터들은 고수익을 내는 선순환이 일어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