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베트남에 F-16 전투기를 포함한 대규모 무기 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의 러시아 무기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 차원이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는 냉전 시대 적대국이었던 베트남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이전 계약을 놓고 협상 중”이라며 “미국 정부는 내년을 목표로 F-16 전투기 함대를 포함한 군사 패키지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조건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실현 여부도 불투명하다”면서도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와 미국 뉴욕·워싱턴DC에서 이어진 양국 고위급 회담의 주요한 의제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무기 협상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행동을 강화하며 베트남과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진전을 이뤘다. 중국발 긴장 고조로 역내 갈등이 확산하는 틈을 타 미국이 중국 ‘뒷마당’인 베트남과 군사적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하고 양국 관계를 가장 높은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는 “미국과 베트남의 무기 거래는 대중 봉쇄를 위한 서방 노력을 경계하는 중국을 화나게 할 수 있다”며 “베트남과 중국 간의 오랜 영유권 분쟁이 남중국해에서 가열되고 있으며, 이는 베트남이 해양 방어력을 강화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미국 관리는 “우리는 베트남과 매우 생산적이고 장래성이 있는 안보 관계를 맺고 있다”며 “영해를 더욱 잘 감시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미국산 시스템 등을 두고 베트남이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자금난을 겪는 베트남이 고가의 미국산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특별 금융 조건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 외교안보 싱크탱크 태평양포럼의 제프리 오대니얼은 “베트남은 비대칭적인 방어력을 개발하고 있으면서도 중국의 대응을 촉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미국은 베트남, 필리핀, 대만과 같은 파트너들이 중국에 맞서는 데 필요한 무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중동 지역의 군사자금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6년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했지만, 방산 수출은 해안 경비함이나 훈련기 등으로 제한해 왔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무기 조달 80%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로이터는 “베트남은 매년 약 20억 달러를 무기 수입에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예산의 일부를 한국 및 인도와 같은 동맹국의 무기로 끌어오는 것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