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3억2500만 달러(약 435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고 블롬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에서 기대했던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은 포함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이같은 내용의 무기 지원 패키지를 공개했다. 상당수의 방공 미사일과 포탄, 대전차 무기, 집속탄 등이 무기 목록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조만간 미 육군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M1도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주 강력한 패키지”라고 화답하며 “우리의 전사들이 정확하게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줄곧 장거리 미사일을 요구해왔지만 이번 지원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최대 사거리 165~300㎞인 에이태킴스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에이태킴스는 1발로 축구장 3~4개 면적을 파괴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월부터 전개된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반격 작전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전선 너머 적 후방부를 타격하기 위해 F-16 전투기와 에이태큼스 미사일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이른바 ‘용의 이빨’이라고 불리는 러시아군의 촘촘한 방어구조물에 막혀 이렇다 할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공병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F-16 전투기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조종사 교육 등 준비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즉시 전력으로 활용되긴 어렵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엔 에이태큼스를 받아내는데 공을 들였으나 이번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젤렌스키가 F-16과 에이태큼스를 요청하더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굳건한 지원 의사를 전달했지만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전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들며 막대한 지원금이 투입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미국 내 지지 여론도 시간이 갈수록 식어가는 분위기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요청을 거부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