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신임 한국전력 사장이 퇴근을 반납했다. 200조원대 부채 문제 등 당면한 현안 해결 전까지는 회사에서 24시간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22일 복수의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일 취임한 김 사장은 간부들에게 “위기를 극복하는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당분간 24시간 본사를 떠나지 않고 핵심 현안을 챙기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를 반납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김 사장은 임기 첫 날부터 사장실에 간이침대를 들여놓고 숙박을 시작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사장실에서 취침 후 오전 6시에 기상해 사내 체력단련실에서 운동 및 샤워를 한 후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사까지 마다한 김 사장의 행보는 긴박한 한전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한전 누적 적자는 지난 2분기 기준 47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2분기 기준 총부채 규모는 201조원까지 올라섰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구매하는 전력도매대금보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기요금이 더 싸다 보니 적자·부채 모두 커지고 있다. 발전사에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면 전기 공급망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로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꼽힌다. 정부는 지난 2분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1㎾h 당 28.5원 끌어올렸다. 그나마 이만큼 올리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9일 이임사에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다면 한전은 올 연말쯤에는 제대로 된 기업으로 존속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악화된 경영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불안정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김 사장이 말한 ‘탈출구’도 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전기요금을 끌어올리기 전에 한전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취임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기요금 조정의 선행 조치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주문했었다. 김 사장은 다음 주까지 본부별 업무 보고를 받고 업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 구조조정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제게는 한전 사장이 마지막 공직이 될 것이다”며 “한전은 지금 절체절명 위기 앞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