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운명을 가른 것은 단 두 표였다.
민주당 내부에서 약 29표의 반란표가 나오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1일 아슬아슬하게 가결됐다.
반란표가 쏟아진 것과 관련해 두 가지 이유가 지목됐다.
우선, 민주당이 거센 ‘방탄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또 이 대표가 20일 페이스북에 ‘부결 호소문’을 올린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앞으로 극심한 당내 갈등에 휩싸일 전망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21일 실시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총 295표 가운데 ‘가결’ 149표, ‘부결’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였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298명)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돼 가결정족수는 148표였다.
국민의힘(110명), 정의당(6명), 시대전환(조정훈)·한국의희망(양향자),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하영제·황보승희 의원 등 총 120명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실시된다.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김진표 김남국 박완주 양정숙 윤미향 이성만)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의원 등 8명은 반대표를 던진 것이 유력하다.
표결에 나선 민주당 의원은 입원 중인 이 대표를 제외한 167명이었기 때문에 당내에서 약 29명이 ‘가결’로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표결에 참석했더라도 뒤집히지 않는 수치다.
‘부결’을 던지지 않은 민주당 전체 ‘이탈표’는 약 39표로 추정된다. 전체 반대표(136표)에서 반대표가 유력한 8표를 제외하고 남은 128표를 민주당 투표수(167표)에서 빼면 약 39명의 민주당 의원이 이탈한 것으로 추산된다. 예측된 가결표 29표에 기권·무효표 10표를 더하면 이 숫자가 나온다.
민주당 내부의 중도층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회의감이 퍼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이 대표 단식 장기화에 따른 동정 여론도 있었지만, ‘부결 호소문’이 나오자 가결을 고민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방탄 비판’을 피했지만, ‘분당’ 수준의 계파 갈등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단식 중인 이 대표가 마지막에는 박광온 원내대표를 만나 당의 통합적인 운영을 약속했지만, 이 대표 체제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가 확인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분당 수준의 변동이 생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라디오에서 “(부결 호소문이) 나온 뒤 심리적인 분당 사태로 갔다고 본다”며 “12월 총선 체제로 넘어갈 때 비대위가 됐든 뭐가 됐든 (비명계가) ‘일전불사’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 시간이 길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이 “그렇게 검사가 하고 싶으면 장관이 검사하라”, “뭘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냐”고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그러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계파를 불문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동환 박성영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