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터넷서점과 대형 입시학원 전산망을 해킹한 뒤 불법으로 빼돌린 자료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비트코인과 현금까지 뜯어간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컴퓨터 등 사용 사기, 공갈 등의 혐의로 고교 2학년 A군(16)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입시학원 시대인재‧메가스터디 등 모두 4개 업체 전자책과 강의 동영상 등을 무단 취득한 뒤 해당 업체에 이를 유포하겠다고 겁을 줘 금품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5월 텔레그램 공개대화방에 전자책 5000권을 업로드했다. 알라딘을 해킹해 가로챈 자료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했던 A군은 전자책 등의 디지털 저작권 관리기술(DRM)을 풀 수 있는 ‘복호화 키’를 빼내 유료 결제 없이 무단으로 자료에 접근했다. 그가 이렇게 확보한 전자책만 72만여권에 이른다.
A군은 “비트코인 100개(당시 기준 36억원어치)를 지급하지 않으면 전자책 100만권을 모두 유포하겠다”고 업체를 협박했다. 결국 알라딘은 추가 유포를 막기 위해 협상에 나섰고 현금을 포함해 모두 8600만원을 지급했다.
A군은 같은 수법으로 입시업체를 해킹해 비트코인 5개(1억8000만원)를 요구하기도 했다. 업체 측 거절로 공갈미수에 그쳤다. A군은 앞서 지난해 11월 또 다른 인터넷서점을 상대로도 전자책 143만권을 해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업체엔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A군이 4개 업체를 해킹해 빼돌린 전자책이 총 215만권, 강의 동영상은 700개라고 밝혔다. 판매단가를 합하면 약 203억원어치에 이른다.
A군은 현금 대신 가상자산을 요구하고,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아이피(IP) 주소를 세탁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범죄수익금 수령 및 세탁도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B씨(29), C씨(25)를 통했다. 이렇게 챙긴 돈을 전자제품 구매와 여가 활동, 채무상환 등에 썼다. B씨와 C씨도 함께 구속 송치됐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