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구글 지도의 길 안내를 따라가던 중 붕괴한 다리에서 추락해 숨진 운전자의 유가족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과 CBS 뉴스 등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 카운티 상급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사고로 숨진 필립 팩슨의 유가족들은 “구글이 다리의 사고 정보를 알면서도 이를 지도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두 아이의 아버지인 필립 팩슨은 2022년 9월 30일 친구 집에서 막내딸의 9번째 생일파티를 한 뒤 늦게까지 남아 청소를 돕다 따로 출발했다. 구글 지도의 안내에 따라 집으로 향하던 그는 밤 11시쯤 한 다리를 건너다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히코리 인근 스노우크릭에 위치한 다리로, 9년 전에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다리 주변엔 조명조차 없었고, 그 지역이 밤에는 칠흙같이 어두웠다”고 설명했다.
주 경찰 조사 결과 이 다리는 개발 업체가 사라져 무너진 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경찰은 “추락 당시 도로 주변에는 어떠한 장벽이나 표지판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필립 팩슨의 아내인 앨리샤 팩슨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GPS 시스템과 다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사람 생명에 대해 조금의 관심과 책임감도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팩슨이 당시 익숙하지 않은 길을 운전하면서 구글 지도를 믿고 따라가다 사고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히 이 사고 전부터 문제의 다리가 붕괴된 사실을 구글에 알리고 정보 업데이트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구글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근 주민들이 앞서 구글 측에 다리 붕괴 사실을 신고한 이메일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실제 2020년 9월 인근 주민들은 구글맵의 ‘수정 제안’ 기능을 이용해 ‘구글맵이 붕괴된 다리 위로 안내한다’는 경고 이메일을 발송했고 구글 측은 2021년 11월 이 이메일을 확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들은 이번에 소송을 내면서 이 다리와 인근 토지의 관리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유재산 관리 업체들도 함께 제소했다.
CBS에 따르면 이들은 구글과 관리 업체에게 남편의 사망에 따른 불특정 금액의 보상 및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구글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팩슨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구글의 목표는 정확한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며 현재 이 소송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